직원 1명 추가없이 매출 90% 올린 비법? 개원 병원 AI 활용법
“어떤 AI를 도입해야 합니까?”
최근 만나는 병원장님들마다 제게 던지는 첫 질문입니다. 생성형 AI가 세상을 뒤흔들면서, 우리 병원만 뒤처지는 것 같다는 불안감이 업계 전반에 팽배합니다. 많은 분들이 최신 기술 동향을 공부하고, 여러 AI 소프트웨어의 기능과 가격을 비교하며 ‘정답’을 찾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단호하게 말씀드립니다. 그것이 바로 실패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대부분의 병원이 AI 도입에 실패하는 진짜 이유는 기술이 부족해서가 아닙니다. AI를 ‘소프트웨어’로 접근하기 때문입니다. AI 도입은 ‘소프트웨어 구매’가 아니라, 월급의 1/10 비용으로 24시간 일하는 ‘가장 유능한 주니어 직원’을 채용하는 관점으로 바라봐야 합니다. 이 관점의 전환 없이는, 아무리 비싼 AI 솔루션을 도입해도 결국 ‘비싼 장난감’으로 전락하고 말 것입니다.
90% 매출 상승의 교훈: AI보다 중요한 것들
솔직히 고백하자면, 저 역시 값비싼 실수를 저지른 경험이 있습니다. 약 2년 전, 저는 AI 시대가 곧 도래할 것이라 확신하고 한 클라이언트 병원에 야심 차게 AI 도입을 추진했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처참한 실패였습니다. 직원들은 AI를 ‘일만 늘어나는 귀찮은 존재’로 여겼고, 병원 경영진은 ‘즉각적인 가시적 성과’가 보이지 않자 실망했습니다. 기술은 있었지만 아무도 그것을 제대로 사용하지 않았고, 결국 프로젝트는 조용히 사라졌습니다.
이 실패는 제게 뼈아픈 교훈을 주었습니다. 진짜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무엇을, 왜’ 해결해야 하는지에 대한 정의가 없었다는 것입니다. 역설적이게도, 이 깨달음을 얻게 된 것은 AI와 전혀 관련 없어 보이는 다른 프로젝트에서였습니다.
몇 년간 시력교정술 매출이 정체되어 있던 한 병원이 제게 컨설팅을 의뢰했습니다. 상황은 좋지 않았고, 모두가 대규모 마케팅 예산을 투입해 신규 환자를 유치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먼저 데이터부터 파헤쳤습니다. 그리고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신규 환자보다 기존 환자의 소개로 내원한 환자들의 수술 전환율이 압도적으로 높다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전략을 180도 바꿨습니다. 신규 환자 유치를 위한 광고 예산을 줄이는 대신, 기존 고객의 만족도를 높이고 소개 프로그램을 활성화하는 데 모든 자원을 집중했습니다. 수술 후 관리 콜을 더 세심하게 진행하고, 만족한 고객들에게는 감사의 연락을 드렸습니다.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추가적인 대규모 인력이나 마케팅 비용 지출 없이, 단 6개월 만에 시력교정술 매출이 전년 대비 90% 상승하는 하였습니다.
이 경험은 제 머리를 망치로 때리는 듯한 충격을 주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최신 기술’이나 ‘새로운 광고’가 아니었습니다. 우리 병원이 이미 가지고 있는 데이터 속에 숨겨진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명확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이었습니다. 이 원칙을 깨닫고 나자, 실패했던 AI 프로젝트의 문제가 비로소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AI’라는 망치를 들고, ‘어떤 못을 박을지’ 정하지 않은 채 방황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러한 접근법의 효과는 비단 저의 경험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실제로 명확한 과제를 부여받은 AI는 인간을 뛰어넘는 성과를 보여줍니다. 한 연구에 따르면, AI 고객 서비스 에이전트는 인간보다 39% 더 빠르게 문제를 해결하며 54% 이상의 해결률을 보였고, 어떤 기업의 AI 영업 에이전트는 한 분기 만에 1만 1천 건의 미팅을 성사시키기도 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AI의 능력이 아니라, 그 능력을 ‘어디에’ 사용하도록 정의하는가입니다.
AI를 ‘동료’로 만드는 3단계 생각 전환 프레임워크
이 성공과 실패의 경험을 통해, 저는 AI를 성공적으로 도입하기 위한 저만의 프레임워크를 정립했습니다. 저는 이것을 ‘AI를 동료로 만드는 3단계 생각 전환’이라고 부릅니다. 소프트웨어를 쇼핑하는 관점을 버리고, 새로운 직원을 채용하고 성장시킨다는 생각으로 접근하는 것입니다.
1단계: ‘어떤 AI가 좋은가?’가 아닌 ‘어떤 일을 맡길 것인가?’를 먼저 정하라.
새 직원을 뽑을 때, 우리는 이력서부터 보지 않습니다. ‘어떤 포지션이 비어있는가?’ 즉, ‘어떤 일을 맡길 것인가?’를 먼저 정의합니다. AI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AI가 최신 기술인가?’를 묻기 전에, 우리 병원에 지금 당장 필요한 역할이 무엇인지 정의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데스크 직원들이 반복적인 예약 문의 전화에 시달려 정작 내원한 환자에게 집중하지 못하고 있나요? 그렇다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24시간 지치지 않고 예약 문의에 답변하는 신입 접수 담당자’입니다. 환자들이 남긴 수백 개의 온라인 리뷰에서 불만의 핵심 원인을 찾지 못하고 있나요? 그렇다면 ‘모든 환자 리뷰를 분석해 핵심 불만 사항 3가지를 매주 보고하는 데이터 분석가’가 필요한 것입니다. 이처럼 AI에게 맡길 ‘직무 기술서’를 명확히 정의하는 것이 모든 것의 시작입니다.
2단계: 막연한 기대 대신 ‘명확한 과제’로 능력을 검증하라.
새로운 직원을 채용하면 우리는 바로 실무에 투입하지 않고, 수습 기간을 거치며 간단한 과제를 통해 능력을 검증합니다. AI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AI를 도입하면 모든 게 해결될 거야’라는 막연한 기대를 버리고, 작고 명확한 ‘파일럿 프로젝트’를 통해 능력을 테스트해야 합니다.
만약 ‘환자 리뷰 분석’이라는 직무를 맡기기로 했다면, “지난달 네이버 플레이스에 달린 부정 리뷰 100개를 분석해서, ‘대기 시간’, ‘직원 응대’, ‘진료 결과’ 3가지 카테고리로 분류하고, 가장 많이 언급된 불만 키워드 5개를 뽑아줘”와 같이 구체적인 과제를 부여하는 것입니다. 이 테스트를 통과해야만, 우리는 이 AI라는 ‘신입사원’에게 더 큰 일을 믿고 맡길 수 있습니다.
3. ‘명령’이 아닌 ‘지시와 피드백’으로 AI를 길들여라.
우리는 신입사원에게 한 번 일을 맡기고 끝내지 않습니다. 결과물을 검토하고, 부족한 부분은 피드백하며 더 나은 방향으로 성장하도록 이끕니다. AI는 우리 병원의 데이터를 먹고 성장하는 유기체와 같습니다. 우리가 가진 내부 데이터, 즉 환자 리뷰, 콜센터 문의 내역, 직원 회의록 등은 AI에게 가장 훌륭한 교과서입니다.
AI가 환자 문의에 엉뚱한 답변을 내놓았나요? 그렇다면 정답을 알려주며 학습시켜야 합니다. 리뷰 분석 결과가 우리가 생각했던 것과 다르다면, 어떤 맥락을 놓쳤는지 추가적인 지시를 내려야 합니다. 이런 ‘지시와 피드백’의 과정이 반복될수록, AI는 우리 병원의 상황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에이스 직원’으로 성장하게 될 것입니다.
가장 흔한 실수, 그리고 당신이 지금 당장 해야 할 일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병원장님들이 값비싼 실수를 저지르고 있습니다. 기술의 ‘가능성’에만 매몰되어 ‘어떤 문제를 풀 것인가’를 정의하지 않은 채 비싼 실험을 감행합니다. AI를 그저 ‘소프트웨어’로 보고 ‘가격 비교’와 ‘기능 목록’에만 집착하다가, 우리 병원의 진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장식품으로 전락시킵니다.
그러니 , AI 소프트웨어 소개서를 그만 보십시오. 대신 지금 당장 당신의 병원에서 지난 한 달간 수집된 환자 컴플레인 100개를 모아보십시오. 그 기록들을 책상 위에 올려놓고 스스로에게 단 하나의 질문을 던져보시길 바랍니다.
“만약 내가 월급 20만 원에 24시간 일하는 가장 성실한 주니어 직원을 고용할 수 있다면, 이 기록들 속에서 무엇을 찾아내라고 지시할 것인가?”
그 질문에 대한 답이, 바로 당신의 병원에 필요한 진짜 AI 전략의 시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