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는 줄고 광고비만 늘었나요? 마케팅팀만 탓하기 전, 병원장이 직접 점검해야 할 3가지
환자는 줄고, 광고비는 늘어만 갑니다. 매달 받아보는 마케팅 보고서의 숫자는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 직면한 대부분의 병원장님들은 비슷한 결정을 내립니다. 마케팅팀을 질책하거나, 더 자극적인 광고 문구를 고민하거나, 혹은 ‘요즘 잘나간다’는 새로운 대행사를 수소문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만약 이 모든 노력의 방향이 처음부터 잘못되었다면 어떨까요?
저는 수많은 병원 컨설팅을 진행하며 한 가지 명확한 결론을 내렸습니다. 마케팅 실패의 진짜 원인은 ‘기술’이나 ‘비법’이 아니라, ‘의사결정 방식의 오류’에 있다는 것입니다. 외부의 번지르르한 해결책을 찾아 헤매기 전에, 우리 병원 내부에 쌓인 문제와 고객에 대한 깊은 이해가 선행되지 않으면 그 어떤 마케팅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일 뿐입니다.
실제로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arvard Business Review)에 따르면, 신규 고객을 확보하는 데 드는 비용은 기존 고객을 유지하는 비용보다 5배에서 25배나 더 높습니다. 심지어 기존 고객의 유지율을 단 5%만 높여도, 기업의 수익은 25%에서 95%까지 증가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새로운 환자'라는 구호에만 매몰되어서는 안 되는 이유입니다.
‘새로운 광고’ 없이 매출 90%를 올린 어느 안과의 이야기
제가 컨설팅했던 지역안과의 사례는 이를 가장 명확하게 보여줍니다. 수년간 시력교정 수술 매출이 정체되어 있던 원장님은 여름 시즌을 앞두고 전년 대비 50% 이상의 매출 상승이라는 야심 찬 목표를 세웠습니다. 당연히 마케팅팀은 새로운 광고 채널과 대규모 이벤트 캠페인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 계획을 잠시 멈춰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그리고 외부가 아닌, 병원 ‘내부’를 들여다보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몇 년간 쌓인 환자들의 문의 기록, 상담 스크립트, 수술 후 만족도 조사, 직원들의 회의록까지. 우리는 몇 주간 병원의 모든 고객 접점과 데이터를 샅샅이 훑었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던 하나의 패턴을 발견했습니다. 바로 ‘소개 환자’의 내원 동기가 압도적으로 높고, 상담 동의율 또한 월등하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실제로 닐슨(Nielsen)의 글로벌 보고서에 따르면, 소비자의 88%가 다른 어떤 형태의 광고보다 지인의 추천을 가장 신뢰한다고 답했습니다. 천안김안과의 데이터는 이 사실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최고의 마케터는 TV 속 모델이 아니라, 만족하며 병원 문을 나서는 환자 한 분 한 분이었습니다.
우리의 전략은 180도 바뀌었습니다. 불특정 다수를 향한 광고 예산을 줄이고, 그 비용으로 기존 고객의 수술 후 관리 프로그램을 강화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예를 들어, 1명이라도 소개를 했던 환자분들을 찾고, 그 분들에게 다시 한번 만족도 조사를 하며 내원을 유도하고 감사인사를 전했습니다.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그해 여름, 단 한 명의 추가 인력 충원이나 대규모 마케팅 비용 지출 없이, 목표를 훌쩍 뛰어넘는 매출 90% 상승을 기록했습니다.
기술 쇼핑을 멈추고, ‘우리 병원 데이터 정원’을 가꾸십시오
이러한 성공은 결코 우연이나 일회성 묘수가 아니었습니다. 어떤 병원이든 따라 할 수 있는 체계적인 프로세스의 결과물이었습니다. 저는 이 프로세스를 '데이터 정원 가꾸기'라고 부릅니다.
많은 병원장님들이 ‘AI’나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쇼핑하며 문제 해결을 기대합니다. 하지만 AI는 제초제가 아니라, 정원의 상태를 정확히 알려주는 ‘토양 분석기’에 가깝습니다. 미국의 의료 정보 사이트 Healthgrades의 조사에 따르면, 환자의 77%가 새로운 의사를 찾기 위한 첫 단계로 온라인 리뷰를 확인한다고 합니다. 환자들이 남기는 리뷰는 단순한 감상평이 아니라, 우리 병원의 평판과 미래 매출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데이터입니다. 이 '데이터 정원'을 어떻게 가꾸시겠습니까?
1단계: 수집 (Collect): 정원에 씨앗을 심듯, 환자 리뷰, 문의 내용, 상담 녹취, 직원 회의록 등 병원에서 일어나는 모든 흔적을 날것 그대로 모으십시오.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가리지 않아야 합니다.
2단계: 발견 (Discover): 정원에 돋아난 새싹과 잡초를 구분하듯, 쌓인 기록 속에서 반복되는 패턴을 발견하십시오. ‘주차 불만’이 반복되는지, ‘특정 시술’에 대한 문의가 급증하는지, 문제의 진짜 원인이 보이기 시작할 것입니다.
3단계: 구조화 (Structure): 발견된 패턴을 중심으로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과제를 정의하십시오. 이때 비로소 우리는 ‘주차장 이용 안내 챗봇 도입’이나 ‘특정 시술 전문 콘텐츠 제작’과 같은 명확하고 효과적인 ‘AI 처방전’을 내릴 수 있습니다.
마케팅팀을 탓하기 전, 병원장이 직접 점검해야 할 3가지
결국 성공적인 마케팅은 외부가 아닌 내부에서 시작됩니다. 다음 캠페인을 계획하기 전, 병원장님께서 직접 이 세 가지 질문에 답해보시길 바랍니다.
1. 우리의 ‘진짜 문제’는 무엇인가?
‘매출 정체’는 현상이지 문제가 아닙니다. 진짜 문제는 ‘신규 환자 유입 감소’인가요? 아니면 ‘기존 환자의 높은 이탈률’인가요? 혹은 ‘객단가 하락’인가요?
→ 그래서, 우리가 지금 풀어야 할 단 하나의 문제는 '신규 창출'인가, '이탈 방지'인가?
2. 우리는 ‘고객’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
우리 병원을 선택한 고객과 선택하지 않은 고객의 차이점을 데이터로 설명할 수 있습니까? 그들이 남긴 리뷰와 문의 속에 숨겨진 진짜 의도를 파악하고 계십니까? 고객에 대한 깊은 이해 없이 만들어진 마케팅 메시지는 공허한 외침일 뿐입니다.
→ 우리 병원의 환자들이 남긴 칭찬과 불만 TOP3를 즉시 데이터로 말할 수 있는가?
3. 우리의 ‘성공 방식’을 기록하고 있는가?
어떤 마케팅이 성공했다면, ‘왜’ 성공했는지 분석하고 그 과정을 기록으로 남기고 있습니까? 작은 예산으로 수많은 가설을 테스트하고, 그 결과를 통해 ‘우리 병원만의 성공 공식’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이야말로, 수십억 원의 광고비보다 더 가치 있는 자산입니다.
→ 지난달 가장 성공한 마케팅 활동은 무엇이며, 그 성공 요인을 다음 달에 재현할 수 있는가?
경영학의 아버지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는 '마케팅의 궁극적인 목표는 판매를 불필요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말의 진짜 의미는, 우리 병원의 가치와 진료 철학이 고객에게 너무나 명확하게 전달되어, 환자가 스스로 찾아오고 다른 사람에게 기꺼이 추천하게 만드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마케팅은 기술이 아니라, 우리 병원의 가치를 올바르게 이해하고 전달하는 ‘경영’ 그 자체입니다. 외부의 화려한 기술을 쫓기 전에, 오늘 우리 병원 안에 쌓인 고객의 목소리와 데이터에 먼저 귀 기울여 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해답은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을지 모릅니다.